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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체온 측정 오류 문제_열화상 카메라도 부정확할 수 있다

사이박사 2020. 5. 28. 09:32

"열화상 카메라도 무용지물".. 역대급 더위 예고에 코로나 판별 '난관'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5.28. 06:11 댓글 270

 

최근 회사원 김모씨(40)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지만, 열화상 카메라에 걸려 회사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당일 낮 최고 온도가 섭씨 30도를 웃돌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20분을 기다린 뒤 체온을 재측정한 뒤에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씨는 "원래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인데다 날씨도 더워져 체온이 올랐던 것 같다"며 "곧 무더위가 시작되는데 매일 열화상 카메라에 걸려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환자 선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기온이 높아지면 간단한 외부활동으로도 체온이 상승하기 쉽다. 이 때문에 체온 측정시 코로나 발열 기준(37.5도)을 넘기거나 근접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6월, ‘역대급 무더위’ 예고휴가시즌 시작되면 혼란 불보듯

최근 방역당국은 코로나 감염자를 선별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출입이 금지되는 기준 체온은 섭씨 37.5도다. 정부는 재측정을 해서도 이 온도를 넘으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열화상 카메라외부온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코로나 의심환자를 제대로 선별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사람들이 커피나 차 같은 뜨거운 음료를 손에 들고 입장해도 체열이 올라 측정 오류가 발생한다. 특히 6월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잠깐의 외부 활동으로도 체열이 코로나 발열기준 온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커지면 체온 측정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는 열화상 카메라 뿐 아니라 일반 체온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체온계 관련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내 입장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체온을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밖에서 실내로 출입한 즉시 체온을 잴 경우 온도 차이에 의한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20분 뒤 체온을 재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 외 일반 체온계로도 한번 더 열을 재는 다중이용시설들도 많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온도 차로 인한 측정 오류로 코로나 감염자 선별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지금까지는 외부온도와 격차가 크지 않아 문제가 없었지만, 여름철에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철은 외부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체온 측정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며 "열화상 카메라 뿐 아니라 일반 체온계로 체온을 재더라도 부위(귀, 이마, 손목 등)에 따라 온도가 다 다르게 나오고 오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내에 입장 직후 체온을 재는 것은 정확도를 더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 메르스 사태 겪었지만 대책 없는 방역당국

체온 측정을 통해 전염병 감염자를 선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지난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도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다중이용시설들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고체온자를 선별했다. 당시 계절이 여름이었기 때문에 측정 오류가 발생,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고체온자로 분류돼 출입 제한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에는 실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체온을 재측정하는 방식으로 메르스 의심환자를 선별했다. 모든 출입객에게 20분간 대기 후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1차적으로 열화상 카메라에 의해 고체온자로 선별된 사람들에 대해서만 재측정을 실시한 것이다.

지금 상황은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와는 기간이나 규모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현재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이 넘었고 4개월 넘게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6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 대규모 인파가 이동하는데, 기존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 정도로는 제대로 코로나 의심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여름철 체온 측정 오류 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여름철 체온 측정 오류 문제와 관련된 대책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가 2015년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텐데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아무런 대비책을 만들지 않은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보건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는 국내 발생 68일만에 조기 종식됐기 때문에 방역당국이 무더위에 따른 측정 오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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