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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디베이트 코치: 잘한 점과 잘못한 점 정확히 지적해야

사이박사 2014. 7. 5. 13:22

"美 MBA 입학하려면 '글솜씨'보단 '말솜씨'"

입력시간 | 2014.07.05 09:01 | 김태현 기자 thkim124@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H51&newsid=01279206606151568&DCD=A00805&OutLnkChk=Y

 

③ 디베이트 코치, 이런 자질을 키워라

 

디베이트 참여자들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 정확히 지적해야
논술 및 첨삭 능력 있어야 학생들의 글솜씨도 늘릴 수 있어

 

디베이트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수업을 이끄는 교육 형태다. 수업 과정에서 코치는 별 개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업을 기획하고 교재를 제공하고 강평을 하고 학생들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면서 모두가 전진하도록 하는 것, 그럼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창의력 향상을 돕는 것은 코치의 일이다. 디베이트 코치는 ‘교육 혁명’을 이끄는 주체다. 그러면 디베이트 코치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할까?

 

첫째, 디베이트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디베이트 코치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경기보다는 유도나 복싱, 태권도 같은 개인경기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 유도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에게 “저 선수는 이렇게 공격해 올 테니 너는 이렇게 해”라고 코치하려면 본인이 유도 기술의 핵심을 알고 있어야 한다. 디베이트 코치는 학생들의 디베이트 과정을 잘 살펴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그중에서도 ‘잘한’ 점을 중심으로, 강평 시간에 일목요연하게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좋아하고 디베이트가 발전한다. 그러려면 디베이트 코치는 논제와 관련한 핵심적인 사항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 쪽의 논거는 무엇이며 가치관은 무엇인지, 핵심 쟁점은 어디에서 형성될지 등에 대해 나름의 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디베이터들의 말을 분석적으로 정리하면서 들을 수 있고, 제대로 된 강평을 할 수 있으며,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처럼 전체 디베이트를 유연하게 이끌 수 있다.

 

둘째,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아이들의 말을 이끌어내는 ‘발문’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막히면 적절한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이 모둠별 토의를 할 때, 코치는 모둠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조언을 할 수 있다. 이 ‘궤간 순시’ 중에 코치는 모둠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모둠들이 발표를 하는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처음 발표하는 모둠이 ‘정답’을 말해버리면 이후에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코치는 지도안을 짜고 교재를 제작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주제별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디베이트 논제로 수렴하도록 할 수 있다면, 수업은 디베이트라는 ‘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되니까, 즐거워지고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된다.

 

넷째, 논술 및 첨삭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말로 토의·토론하는 것은, 그 이전에 생각을 글로 정리함으로써 가능하다. 말은 곧 글이고 글이 곧 말이다. 학생들에게 글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글을 쓰게 하여 첨삭해주면 학생들의 글솜씨와 함께 말솜씨도 늘고 생각도 는다.

 

다섯째는 소통하는 능력, ‘사랑’하는 능력이다. 디베이트는 그 자체가 소통이며, 소통이란 곧 사랑이다. 미국에서 한국 불교를 포교하던 숭산 스님의 법문은 이 점에서 시사점이 많다. 숭산은 하버드대학 인근의 케임브리지 젠 센터에서 선을 강의했고, 그의 법문을 듣기 위해 인근 대학의 수많은 석박사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숭산의 법문 도중 한 여학생이 물었다.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

 

그러자 숭산 큰스님은 특유의 ‘콩글리시’식 발음으로 그 학생에게 물었다.

 

“아이 애스크 유, 왓 이즈 라부?”(I ask you, what is love)

 

학생이 대답을 잃어버리고 가만히 있자 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디스 이즈 라부.”(This is love)

 

그래도 그 여학생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큰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유 애스크 미, 아이 애스크 유. 디스 이즈 라부.”(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

 

위의 내용은 도올 김용옥의 책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 소개된 내용이다. 여기서 숭산 스님은 ‘서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베이트란 서로 묻고 대답하는 것이므로 디베이트는 사랑이다. 디베이트 코치는 무엇보다 소통과 사랑의 챔피언이 돼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상대 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디베이터의 자세다. 디베이트는 “어떤 논제에 대해서 참가자들이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인데 논쟁의 목표는 일차적으로는 승리에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탐구’에 있다. 참가자들이 자기 입장에서 치열하게 변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논제가 갖고 있는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디베이트다. 이 ‘탐구’는 상대와의 ‘소통’이 잘 이루어질 때 가장 잘 수행된다. 디베이트 코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상대와의 소통에 주력하고 이를 심판이나 청중에게도 전달하도록 힘쓸 것을 강조해야 한다. 말은 좀 어눌해도 괜찮으며, ‘논리’나 ‘진정성’이 중요하다. 상대가 알아듣든 말든 말을 빨리빨리 크게 하여 상대를 제압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코치 스스로도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디베이트의 승패가 코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이를 한마디로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 디베이트가 부당하게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면, 코치도 참가하는 ‘사후 디베이트’를 함으로써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갖추어야 할 디베이트 코치의 능력은 ‘자신감’이다. 교과 디베이트는 쉽게 생각하면 쉽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다. 그러나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학생들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처음에는 코치하는 방법이 서툴지만 점점 다듬어지고 길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토론 수업을 잘하는 많은 교사들이 “처음에는 아주 작은 팁만 가지고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기 나름의 방법을 정립했고, 결국 “내일의 수업을 생각하면 나는 가슴 설렌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디베이트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교육기관과 선생님들이 토의 토론식 수업 노하우를 개발·축적하고 있다. 이 노하우를 서로 교류하고 표준화하여 많은 디베이트 코치들이 수업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학생이 주체가 되는 창의적 수업이 이루어지면 ‘교육열 세계 1위’의 한국이 세계 교육의 중심이 되고 결국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김왕근 한국디베이트연구원 이사 slbu@naver.com